전통적인 화교들 사이에서는 거의 대가 끊기고, 오히려 한국인 요리사들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젊은 화교들이 대를 잇지 않은 까닭이 있다. 본토의 중국(오랫동안 우리가 중공이라고 불렀던)과 수교하면서 무역 등 다른 일자리가 많아져 옮겨 갔고, 무엇보다 대우받지 못하는 요리사 일을 자식들에게 권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2000년 이후 건너온 중국 본토 요리사들이 수타면 세계의 틈을 메우기 시작했다. 차이나타운이라고 부르는 서울 대림동과 건대 앞 조양시장에 본토 수타면 집이 다수 등장하기 시작했다.
올해처럼 냉면이 각광받았던 해는 없었던 것 같다. 여름에 외식거리라고는 냉면밖에 없어서 줄을 서던 옛 시절을 빼면. 냉면 중에서도 평양식 냉면의 재조명이었다고나 할까. '육수가 행주 빤 물처럼 시금털털하다'며 싫어하던 젊은이들이 '냉부심'을 배운 해이기도 하다. '먹방'의 단골 소재이기도 했다. 오랜 냉면 '선수'들은 이런 광경을 묘한 시선으로 보았다. 은근히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애인을 남들과 공유하는 불편함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무려나. 진짜 냉면광은 어차피 손님 다 빠진 겨울을 제철로 치기도 하니까. 그때 가서 알아서 즐기면 될 일일지도 모르겠다.
흥미로운 것은, 본토에서도 땅콩소스에 버무려주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땅콩소스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미군부대의 피넛버터가 대체했다. 지금도 땅콩소스를 만들어 쓰는 집은 거의 없다. 피넛버터가 '원조 레시피'가 된 까닭이다. 임오군란으로 말미암아 화교가 한반도로 유입되고,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전쟁이 벌어지면서 미군이 주둔하기에 이른다. 미군 상징물의 하나인 피넛버터가 화교의 음식에 쓰일 줄이야. 다시 본토에서 온 '신화교'가 만들어내는 량반몐에는 들어가지 않는 피넛버터.
한국에서 당면은 곧 잡채다. 당면 삶아 놓은 걸 그냥 '잡채'라고 부르기도 한다. 잡채란 문자 그대로 '잡(雜)다하게 섞은 요리(菜)'를 뜻한다. 중국집에 가면 잡채 요리가 있다. 부추잡채, 고추잡채가 흔하다. 중국집의 잡채는 원래 당면이 중심이 아니었다. 아예 당면을 넣지 않은 것도 잡채다. 고추잡채는 피망과 고기를 길쭉하게 썰어 볶은 요리다. 당면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한국 요리에서 당면이 빠진 잡채는 성립하지 않는다. '잡채=당면'이기 때문이다.